발매일 2003년 2월
수록곡
1. where are you going? (12:44)
2. hitchhiking with the blue haired pipe (11:20)
3. wayfarer's prayer (09:22)
4. free fall 1899-1959 (09:05)
5. walk the glass dog unbound (11:23)
6. memories (08:28)
앨범 소개
알토 색소포니스트 강태환은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 프리 재즈계의 독보적인 존재였으며, 색소폰을 통해 가능한 모든 연주 기법을 체득한 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미분음의 연구를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폭넓은 다이나믹의 운용을 시도하는 음악인이다. 이번 Improvised Memories 앨범은 그러한 강태환의 음악에 피아니스트 미연과 타악기 연주자 박재천이 가세한 트리오 연주로 이루어져 전체적으로 매우 탄탄한 구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첫 곡으로 수록된 'Where Are You Going?'은 꾸준한 상승의 이미지, 혹은 한 곳에 머문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유동하는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이러한 형상은 곡의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세 연주자가 모두 하나의 모티프를 찾아 나섬으로써 강한 집중력을 선보이게 된다. 세 번째 곡인 'Wayfarer's Prayer'과 네 번째 곡인 'Free Fall 1899-1959'는 보다 전통적인 구성과 어법을 만날 수 있는 예이다. 'Wayfarer's Prayer'의 경우, 피아노와 타악기의 연주를 배경으로 차분하게 발전을 거듭해 나가는 강태환의 주제가 일정 시간에 이르러 클라이막스를 연출해내고 그렇게 남겨진 흐름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미연과 박재천의 마무리는 앨범 전체를 통해서도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고도의 감각을 선보인다. 한국 정치사에 강렬한 발자취를 남긴 비운의 혁명가로, 강태환의 외숙부이기도 한 죽산 조봉암 선생을 추모하고 있는 'Free Fall 1899-1959'는 짤막하고 반복적인 주제 진행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사를 들추어내고 있는 비장한 진혼곡이다. 그리고 앨범에 실린 그 어느 곡보다도 강태환의 독창적인 색소폰 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Walk the Glass Dog Unbound'는, 또한 미연과 박재천의 섬세한 손길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특히 미연의 인상적인 감각은 끝 곡인 'Memories'에서 가장 강하게 빛을 발하는데, 과도한 시도를 철저히 배제한 채 능숙하게 곡을 조율해나가는 그녀의 폭넓은 주제 의식이 앨범의 대미를 안정적으로 장식한다.
현대 재즈의 가장 큰 강점은 그 다양성에 있다. 서구 사회가 재즈를 독점하는 시대는 막을 내린 지 오래, 전통과 실험이 혼재하는 이 시대의 재즈는 독창성의 성취 여부를 중요한 필수 조건으로 간주한다.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음악성을 선보인 앨토 색소포니스트 강태환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타악기 연주자로 발돋움한 박재천. 그리고 과감히 미래의 음악을 떠안기에 이른 피아니스트 미연의 협연으로 이루어진 "Improvised Memories"는, 결국 한국 프리 재즈의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한 눈에 보게 하는 주춧돌의 역할을 할 것이다.
<2003 폴리폰 제공>
www.polyphone.kr